
그냥 춘천에 가고 싶었다.
집에 그냥 있자니 먹먹하고, 떠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당장 일정이 어찌될지를 몰라 멀리 장기간 가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나마 집에서 가까우면서 생각을 정리할 곳이 필요했는데 마침 군 시절 인사과장님이 춘천에 산다는 말이 떠올랐다. 항상 으르렁 거리며 꼭 춘천에 가겠다 했었는데 이렇게 갈 줄은 생각지 못했다. 갑자기 전화를 걸었다.
"저 지금 춘천으로 출발합니다."
비가 내리는데 어딜 가냐며 걱정하시는 부모님을 뒤로하고, 비만 줄구장창 내리는 올해. 그냥 기분 좋게 떠나기로 했다. 비가와서 더욱 멋지고 센치해질 것 같은 춘천.
그래서, 춘천으로 갔다.


일전에 춘천가는 기차가 없어져서 아쉽다는 식으로 포스팅을 한 적이 있었다.
뭐 아쉬운거야 지금도 변함없다. 기차를 타고 계란을 까먹으면서 춘천의 풍경을 즐기고 싶었는데, 지하철은 그럴 수가 없다는 사실. 그리고 사진을 찍으려면 왠지 눈치가 보인다 나만그런가?
전동차는 냉방을 너무 심하게 틀어 유리창에 깊게 성에가 껴서 밖을 보기 힘들었고 렌즈에 습기 찰까봐 전전 긍긍하며 흘깃흘깃 풍경을 감상한다.
그나마 아쉬움을 조금 덜어줄 것이라면 저렴한 교통비와, 급행전철이 간혹 운행한다는 것. 그리고 객차가 신형이라 깔끔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것을 상쇄할 만큼의 무언가를 제공하려면 정말 많이 노력해야겠다 싶다.


상봉에서 춘천으로 가는 춘천행 전동열차는, 친환경 객차 테마답게 파란색과 초록색으로 인테리어가 되어있다. 보다 자유롭게 사진을 찍고싶어 전동차 맨 앞칸으로 향한다. 비교적 사람이 적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흐린날의 춘천은 예상대로 역시 운치있다. 음악까지 더해지니 여행 온 기분이 지대로다. 김광석 노래는 춘천으로 갈 때 꼭 들어봐야 할 노래 1순위! 다음에 또 한번의 여행을 기약할 때 다시 한번 담아갈테다.


워낙에 막 다니는 성격이라 첨부터 어디로 갈지 전혀 정하지 않았다. 행선지, 시간 하나도 알아본 것이 없었는데 문득 이름이 신기해서 내리게 된 김유정 역. 사실 미리 전화를 하고 춘천역으로 인사장교님이 마중나오기로 했는데, 다 무시하고 이 역을 지나치게 되면 너무나 아쉬울 것 같아 앞 뒤 생각하지 않고 내렸다. (물론 전화로 이곳을 들르고 가겠다는 연락은 했다)
김유정 역은 역시나 독특했다. 고딕으로 도배된 다른역과 달리 옛스런 궁서체 하며, 특징있는 역사의 모습과 전국 오직 하나밖에 없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철도역이라는 타이틀. 김유정역에는 뭐가 있을지 정말 궁금했다.



사실 이곳엔 볼거라곤 하나, 김유정 문학촌이다. 겉으로만 김유정 문학촌을 들러야겠다 하는 관광객들은 분명 문학촌만 둘러보고 끝이었겠고, 버스로 실어날라지는 단체 관광객도 잠깐 설명만 듣고 이곳을 떠날것이 뻔한. 깊은맛을 보기도 전에, 제대로 느껴보기도 전에 떠나는 곳이 바로 이 곳일 듯 싶다.
아쉽다. 너무 아쉽다. 이곳엔 문학촌 말고도 더 멋진 곳이었음을.. 꼭 머리속에 기억해둬야 한다.


김유정 문학촌은 역에서 5분만 걸으면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원래는 공터였던 이곳. 원래 김유정 소설가의 생가였는데 소실되고 나서 다시 복원한 곳에 김유정 문학과 그의 삶, 그가 소재로 했던 것들을 소개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곳이다.









문학촌에 있는 박물관에는 그가 생애 남겼던 유작들과 소설을 클레이로 표현한 봄, 봄. 김유정과 그의 여자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다양한 이야기를 해설사님께 요청하면 흥미진진하게 들을 수 있다. 이 이야기가 모두 이 문학촌을 벗어나 감싸고 있는 실레마을이 소설의 무대라는 것이 더 가슴 깊숙이 다가온다.



문학촌 전시관에는 이렇게 봄봄의 배경장소가 표시되어있다. 실레이야기길(2010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을 걸으며 이곳을 거쳐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렇게 유작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직접 펼쳐볼 순 없어도 그 이야기들을 짐작 할 수 있을 것 같다. 책방이라면 당장이라도 꺼내서 한편만 읽어보고 싶은 글들. 학창시절때 김유정 소설가의 향토색 짙게 베어있는 글들을 좋아했는데, 실레이야기 길을 직접 걸어보면서 상상해보기로 한다.

김유정 시인의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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