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여행기] #29. 할렘이 무섭다고? 천만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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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19, 2022

보통 할렘은 '무섭다'라는 편견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난 처음부터 할렘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나랑 함께 다녔던 지원누나가 할렘에 살았었고, 밤거리를 쏘다녀 보았지만 마약먹은 여자가 걸어다니는 것만 빼고는 별다를 것 없는 동네.(....으 좀 심각한가?)

어제 102번가까지 갔기 때문에 오늘은 아예 맨 위쪽까지 가보기로 했다. 지하철을 타고 브롱스까지 갈 계획도 했다. 다시 102번가에 닿아 또 브로드웨이를 따라 쭉 걸어 110번가 즈음에 도착했다.

아주 개인적인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110번가부터 125번가에 가기 전까지는 할렘이라고 부르기도 뭐한 동네다. 네이밍상으로는 '모닝사이드하이츠'라고 뉴욕에 얼마 남지 않은 노른자 구역이면서 사실상 대학가인데, 콜롬비아 대학을 중심으로 있는 곳, 성 디바인 성당은 역시나 정말 규모가 크고. 동네가 할렘 답지 않게 평온하다. 물론 밤에는 약간 변하겠지?

아무튼, 모닝사이드까지 오게 된건 콜롬비아대학 때문이다. 콜롬비아대학은 NYU와는 조금 다르게 정문 후문이 따로 정해져있지 않지만 들어가고 나가는 문과 담장이 있어 대학이 하나의 성같은 분위기다. 우리나라 경희대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학생들이 열심히 잔디밭에서 선탠을 하고 있는 모습은 미국 대학으로 치면 이질감이 느껴지지도 않다. 콜롬비아대학의 정보센터는 법대건물에 있어서 법대건물에 들어갔는데 역시나 조금 늦은 시간이라서 그런지 투어는 이미 끝나있다. 결국 혼자서 돌아보기로 한다. 근데 목은 마르고 물을 찾으러 다니다가, 어느 방에 들어섰는데 왠 진저에일과 물이 수북히 쌓여있는게 아닌가.

"응? 뭐야 이거 먹으라고 있는건가? " 슬쩍.
2개씩 슬쩍했다. 다니면서 먹을려구.

대학 본관

경건한 대학 채플성당

Riverside Church

근데 생각해보니 왠지 연회느낌이 나는걸로 봐선 다른 손님용인듯.
결국 난 .. 도둑질을 해버리고 만것인가.

그래도 먹고 살아야지.
아니, '야 그래도 범죄인데~' 순간 머리속엔 천사와 악마가 공존한다. 결국은 자리에 놓고 나왔다.

이곳의 랜드마크라고 불리우는 법대건물과 도서관 그리고 자그마한 채플성당을 쭉 둘러보고 다시 모닝사이드 하이츠로 나와 쭉 걸었다. 쭉 걷다 보면 한창 공사중인 성당이 나오고 그 뒤로 남북전쟁의 공로로 대통령까지 당선되었던 General Grant대통령(장군)의 묘가 있다. 만들어진지 꽤 되었다는 이 묘는 정말 관이 떡하니 놓여있다. 단 두사람이 관리하고 있지만 뉴욕에서도 꽤 유명한 곳이기도 하고 뉴욕의 역사를 알 수 있는 물건들이 전시되어있어 한번 쯤 와볼 만 하다. 이곳에서 나와 바로 오른쪽으로 가면 그곳이 할렘구역.

General grant의 묘 (기념관 Memorial hall)

흔히들 110-125번가를 할렘이라고 부르는데 내 생각에는 125번가 부터 140번가까지가 진짜 할렘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125번가에 들어서자 마자 보이는 여러 재즈 클럽들 그리고 힙합 클럽들. 길가에는 온통 오일향수들이 즐비하고 흑인과 스페니쉬 밖에 없다.

백인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 그리고 유난히 그곳은 더 덥게 느껴졌다. 그 유명하다는 아폴로 극장들. 그리고 곳곳의 흑인들의 공연이 '낮의 할렘은 바로 이런거야~'라고 정의해주는 느낌.

그림속의 아이들은 전부 흑인이구나.

찬란한 재즈가 울려퍼질 것 같은 APOLLO

LENOX LOUNGE도 빠질 수 없다
이곳 저곳에서는 아프로 머리를 해주는 미용실들이 넘쳐나고 활기차게 머리를 볶든 말든 여러 시도를 하고 있는 흑인 여자들이 왠지 정겹다. 할렘으로 치면 꼭 소울푸드를 먹으라고들 한다.

아프리카 남부흑인의 전통음식이라는 소울푸드는 물론 할렘 어디서든 먹을 수 있지만, 이곳에서 제일 유명한 곳은 바로 실비아라는 음식점이다.

30년정도가 되었다는 이곳. 사실 먹거리를 가격적인 측면으로 저렴한편은 아니라 까다로운 내가 여기를 들어갈까 말까 하다가 들어가게 된 이유는 어디가서 아프리카 전통음식을 먹어보겠어 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배가 너무 고프기도 했다.

오늘 점심은 Sylvia's 에서
뉴욕에서 밥을먹으면 까딱 15달러가 넘는건 당연했거니와 핫도그와 햄버거로 연명하던 나에게는 첫 주문 시도가 되는 것이라서 살짝 떨리는 마음으로 입장했다. 당황한 가운데 어디를 앉을지 몰라 왔다리 갔다리, 흑인 종업원들이 풍기는 포스는 이루 말할 수 없어서 그냥 이대로 나갈까 생각하다가 용감히 한마디를 던져본다

"메뉴판 좀 줘보세요~"
프린트된 메뉴판을 쭉 보다가 WORLD FAMOUS라는 수식어가 붙여진 립스테이크가 눈에 띈다. 가격은 14.95달러.
팁가지 하면 3달정도에 .... 음 대략 20달러다.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비싼 가격에 확 나와버릴까 했었지만 어쩔 수 없는 힘에 끌려 그냥 테이블에 확 앉았다.
나를 서빙했던 직원은 안경쓴 여자 흑인 마틸다로 생각보다 극진한 서비스를 해줬다.

나 : " 나 그냥 이거 젤 유명한거 먹을께"
마틸다 : " 니가 오늘 첫 아시안 손님이다 며칠째 안오드니 니가 첨으로 오는구나 "
나 : " 그렇군, 이렇게 주문하면 되는거지 그냥?"
마틸다 : " 음료는 어쩔꺼야? "
나 : " 너 지금 물 줬잖아, 충분해 "
마틸다 : " 레몬에이드가 좀 맛있거든 여기 "
나 : " 돈 없는데....음...한번 줘봐 "
마틸다 : " 알았어~ 사이드 메뉴나 생각해 둬 2개 가능하니깐."
나 : " 감자랑 스팀 라이스 주면 되 "
음 추천처럼 정말 레몬에이드가 맛있었다. 음식이 나오고 나서도 계속 맛이 테러블 하냐며 재차 물어본다.
꽤 맛있는데? 하니깐 좋은 평가군! 하며 신나게 음식을 서빙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그녀, 팁을 안줄수가 없는데...
계산해보니 찌질하게 2.50달러가 나온다. 음 50센트를 주는건 솔직히 너무 웃긴 일이 아닐까 싶어서.. 일단 돈을 거슬러 달라고 한 뒤 팁을 4달러 씩이나 줬다. 옆의 흑인들 보니까 팁을 주는거 같지 않던데.. 게다가 마틸다는 금액이 얼만지 보지도 않구 "고마워"하면서 1초도 안되서 주머니로 쏙 넣는다. 팁이 얼마냐는 중요치 않다는 것일까?

소울푸드란 이런것이다!

양키스 스타디움은 이제 철거된다고 한다

경기를 하는것도 아닌데 내가 거길 왜 안까지 들어가봐야 하는거야? 하며 나도 투덜 거리며 다시 브롱스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브롱스는 다른 버러들과는 달리 성냥갑 같은 반듯한 건물이 즐비하다. 마치 GTA라는 게임에서나 나올 듯한 그런 분위기. 뭔가 암울하고 침체된 분위기인듯 하지만 공동체의 느낌이 나는 묘한 곳. 아무래도 아파트나 빌라같은 것이 많아서 일듯 싶다. 게다가 성냥갑에 그려진 그래피티는 왠지 또 다른 뉴욕을 보여주고 있다.

브롱스 가는 길 그리고 마지막역인 Woodlawn

버스를 타고 205번가 역에서 다시 맨하탄 방향으로 간다

Wicked 로터리 오늘도 실패! 다시 월스트리트 방향으로.
뉴욕에서 점프의 인기는 대단하다!
어느새부턴가 이런것도 관광의 일부분이 되었다.

밤 9시쯤 되니 5번가는 오늘도 난리다. 술 취한 홈리스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쓰레기 통 마다 발로 차고 있다.

참 뉴욕은 흥미로운 동네임에는 틀림없다.

참고지도!

걸어서 간 구간. 125번가 역에서 지하철로 환승

 

Woodlawn 에서 205번가 역으로 와서 다시 맨하탄 방향으로.

Gem spa

http://www.yelp.com/biz/gem-spa-new-york
131 2nd Avenue
(between 7th St & St Marks Pl)
New York, NY 10003
Neighborhood: East Village

Pier 17 (South Street Seaport )

South Street Seaport (Pier 17), New York City
19 Fulton Street, Second FloorNew York, NY 1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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