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여행기] #32. 뉴욕의 박물관은 살아있다(박물관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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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19, 2022

새벽 6시 쯤이 되었을때 우연히 눈을 떴는데, 어제의 일은 마치 꿈처럼 흘러갔고
내 눈앞에 보이는 것은 다시 온통 뉴욕 맨하탄의 풍경이었다.
뉴저지에서 바라보는 맨하탄. 날씨가 많이 흐리다.

아무렇지 않게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고 간다. 손 한쪽에 쥐어져 있는 건 am7과 metro지. 그걸 한장씩 읽어보다가 다시 지하철에서 졸아 버렸다.

아무래도 밤새 버스를 타는건 체질이 아닌지 오늘은 왠지 머리가 띵하고 힘들다. 비가 오려나 무릎도 쑤신다. 짐이 너무 많아서 집에다 놓고 오기 위해 집에 들렀다.

"어머 오늘 집에 안 온다고 하더니 오셨네요 " 할머니가 반갑게 맞아준다
"짐이 너무 많아서요 잠깐 놓고 나와서 바로 나갈꺼에요"

비가 스물스물 오고 걱정되었는지 커피를 드립해 나가는 나에게 정성스레 꿀을 바른 토스트를 주신다.

"나가면서 배가 고플텐데 좀 들어요. 이거 하나 먹으면 속이 편할꺼니깐."

덕분에 가슴엔 따스함을 느끼며 자연사 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비가 오기도 하거니와 축 처지는 날씨엔 그냥 박물관들을 투어하기로 한다.
자연사 박물관과 저번에 다 보지 못한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 그리고 내친김에 오늘 기부 입장이 가능한 구겐하임까지 꿰뚫을 셈이다.

79번가에 위치한 자연사 박물관은 너무 큰 규모라서 인지 지하로도 지상으로도 입장을 할 수 있는데 지하로 입장하면서 나는 엄청난 인파에 한번 더 놀라버렸다.

뭐가 이렇게 사람이 많은거야? 날씨가 좋지 않아서 그런거야?

한 20분을 기다렸는데도 사람이 줄지 않는다. 일반 입장객보다 아무래도 시티패스를 먼저 들여보내는 것 같기도 하고 아이들과 함께 단체 관람온 사람들도 먼저 보내기 때문에 지체되는 것 같다.

뒤쪽에서는 사람들이 연신 짜증을 내며 벌써 30분이나 기다렸다는 둥 불평을 늘어놓고 있다. 내 차례가 되자 표를 끊으려고 했더니 무려 100명이나 아이들을 데려온 단체 손님때문에 또 10분을 기다리게 되었다.

직원이 "어떻게 하죠? 사람이 너무 많아서 처리가 느려지네요, 제가 이 일을 하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요.." 하면서 애써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저는 괜찮으니까 걱정마세요"라고 하고 나서 10분을 더 기다리는데도 처리가 쉽지 않다. 결국은 마스터가 와서 처리를 해주는데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며 도네이션이고 뭐고 하지 말라고 하며 무료티켓을 틱 하고 뽑아주셨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최고의 시간 최고의 하루가 되길 빌께요"하며 날 안내해줬다.

그 이후로 정신이 번쩍 들어서 피곤이 싸악 사라졌다.
지도를 받아들고 들어간 자연사 박물관 사실상 워싱턴 자연사 박물관이 규모가 작다고 느껴진 터라 기대를 아주 많이 하고 갔다. 역시나 기대만큼! 대 만족이다.

기대의 도화선이 된건 한국에서 봉사단으로 있었을때 아이들에게 '천문학'을 가르치는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방문했던 송암천문대 플라네타리움에서 보여줬던 자료의 출처가 바로 이 자연사 박물관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자료는 상영이 끝난지 오래였고 다른 작품이 상영되고 있었다.

규모면에서 압도적인 자연사 박물관 1층은 우주와 지구 지상의 생명체 그리고 2-3층은 각 지역 뉴욕주를 포함한 포유류 4층은 화석류가 전시되고 있었다. 1층만 다 보는데도 족히 2시간이 걸릴정도로 넓다. 아무래도 우주에 관심이 많은 터라 꼼꼼히 보느라 시간이 더 걸리는 듯.
미국 아이들은 이런데서 수업을 들으니 얼마나 이해가 쉬울까.. 이게 바로 산 교육의 현장 아닐까?

1층을 지나 2층으로 가면 박제된 동물을 볼 수 있는데 흰긴수염고래의 방을 비롯해 여러가지 영상과 실제 풍경을 묘사한 디스플레이까지 입이 떡 벌어진다. 게다가 직접 만져 볼 수 있는 진귀한 자료는 상상 이상의 감동이었다.

조금 안타까운건 한국관은 사진상의 저게 전부,
아시아 자료관중엔 제일 비중이 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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